박수홍 사건과 같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가족 등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법은 이른바 친족상도례 규정을 두어 형을 면제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이를 악용한 사례가 점차 증가하여 사회적 논의가 되기 시작하였고, 결국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참고사항 - 친족상도례란?]
우리나라 형사법은 친족간 범행에 대해 가급적 형사처벌을 억제하고, 친족 사이에 원만하게 해결하라는 취지에서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친족상도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에 해당할 경우
- 절도, 자동차불법사용, 권리행사방해죄, 사기, 공갈, 횡령, 배임죄는 그 형을 면제하는데, 이를 친족상도례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범죄에 적용)
(2) 그 이외의 친족에 해당할 경우
- 그 이외의 친족이 위에서 열거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를 상대적 친고죄라고도 합니다.
[헌법재판소 친족상도례 규정 폐지 결정]
1. 사건의 개요 - 총 4건의 사건이 병합
(1) 첫번째 사건(2020헌마468)
청구인은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었는데, 청구인의 삼촌 등을 준사기, 횡령 혐의로 형사고소를 하였으나, 검찰은 삼촌 등이 청구인의 동거친족으로 형면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2020. 3.경 형법 제328조 제1항, 제354조, 제361조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2) 두번째 사건(2020헌바341)
청구인은 계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검찰은 계부가 청구인의 동거친족으로 형면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공소원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2020. 6.경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3) 세번째 사건(2021헌바420)
청구인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부친을 대리하여 부친의 자녀들을 업무상횡령으로 형사고소하였으나, 검찰은 직계혈족으로 형면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2021. 12.경 형법 제328조 제1항, 제344조, 제361조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4) 네번째 사건(2024헌마146)
청구인은 자신의 동생과 그 배우자를 청구인의 어머니(망인)의 예금을 횡령하였다고 형사고소하였으나, 경찰은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로서 형면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2024. 2.경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2. 심판대상 조항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 형법은 제328조 제1항에서 이른바 '친족상도례'를 규정하였고, 재산범죄에서 형법 제328조 제1항을 준용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위 4개의 사건 모두에 대해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 주문
형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328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4. 결정 이유 - 헌법상 보장된 재판절차 진술권 침해
(1)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은 헌법상 권리이다.
(2) 친족상도례의 규정 취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있다. 가족·친족 관계에 관한 우리나라의 역사적·문화적 특징이나 재산범죄의 특성, 형벌의 보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내지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다.
(3)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직계혈족이나 배우자에 대하여 실질적 유대나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고, 또한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에 대하여 동거를 요건으로 적용되며, 그 각각의 배우자에 대하여도 적용되는데, 이처럼 넓은 범위의 친족간 관계의 특성은 일반화하기 어려움에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할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4) 심판대상조항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재산범죄에 준용되는데, 이러한 재산범죄의 불법성이 일반적으로 경미하여 피해자가 수인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거나 피해의 회복 및 친족간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이나 업무상 횡령으로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는 중한 범죄이고, 피해자의 임의의사를 제한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공갈), 흉기휴대 내지 2인 이상 합동 행위(특수절도) 등을 수반하는 재산범죄의 경우 일률적으로 피해의 회복이나 관계의 복원이 용이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독립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경우에 심판대상조항을 적용 내지 준용하는 것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
(5)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법관으로 하여금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하여,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피해자는 재판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기소가 되더라도, ‘형의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재판에서는 형사피해자의 법원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6) 다른 나라의 입법례들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이 광범위하게 친족간 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는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7) 위와 같은 점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 조항은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1.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 자체가 위헌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광범위하게 형면제를 규정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이 위헌이라고 본 것입니다.
2. 따라서 입법자는 친족상도례 자체 폐지가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지적하는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입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입법자에게 방안을 요구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3. 다만, 입법자가 새로운 입법을 하기 전까지는 종전 친족상도례 규정 적용을 중지할 것을 명하고, 2025. 12. 31.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다음 날부터 친족상도례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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