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형사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른바 '가평계곡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으로, 이은해가 사망보험금 8억 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남편인 윤OO을 내연남인 조현수와 공모하여 살인한 사건이었습니다.
[가평계곡 살인사건 개요]
1. 사건발생 당시에는 단순히 물놀이를 하다가 윤씨가 사망한 사고사건으로 처리, 보도되었고, 가평경찰서는 변사사건으로 내사를 종결하기도 했습니다.
2. 그런데 가평경찰서가 변사사건으로 내사를 종결한 직후 이은해는 남편 윤씨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고, 윤씨의 누나는 사건을 지인을 통해 형사에 사건을 제보하였으며, 보험사 및 경찰은 보험사기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상황이었습니다.
3. 이에 이은해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 사건을 제보하였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 PD는 취재 중 이상한 생각이 들어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취재하였고, 2020. 10.경 이은해의 행적을 보도하자 이은해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남편을 죽인 것이라는 의혹이 매우 증폭되었습니다.
4. 이에 인천지검은 사건을 이관받아 2021. 2.경 재수사에 착수하여 이은해, 조현수의 살인사건 및 보험사기 미수 사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력하였고, 이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자 이은해와 조현수는 잠적, 도주하였습니다.
5. 결국 인천지검은 이은해와 조현수를 직접 살인죄로 구속기소하였습니다.
[법원이 유죄인정을 한 이유]
1. 간접 살인죄 인정
(1) 법원의 권고
인천지검은 이은해, 조현수에 대해 직접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인천지방법원은 재판 마지막 단계에서 간접 살인죄(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하라는 권고를 하였습니다.
(2) 간접 살인죄란?
통상 간접 살인죄로 알려져 있는 이 범죄는 법률용어는 아니고, 정확한 법적명칭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입니다. 우리가 흔히 직접 살인죄로 알고 있는 살인죄는 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정확한 법률용어인데, 가해자의 직접적 행위에 의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를 의미하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사망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신의 행위로 인해 사망위험을 야기한 자가 사망위험을 방지하지 않은 경우 살인죄에 의해 처벌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형법 제18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18조(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3) 부작위범 인정근거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등 부작위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용어인 "보증인적 지위"가 있어야 합니다.
즉, 부작위범은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위가 있는 사람에게만 인정되는 것인데, 쉽게 이해하도록 예를 들어 보면, 부부가 물놀이에 갔다가 아내나 남편이 물에 빠졌음에도 이를 방관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왜냐하면 아내나 남편은 민법에 의해 동거, 부양, 협조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보증인적 지위는, 법률에 의해, 계약에 의해, 위험발생을 야기한 행위에 의해 인정됩니다.
2. 인천지방법원이 간접 살인죄 인정한 근거
(1) 인천지방법원은 이은해가 윤씨의 아내라는 점에서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뛰어내리라고 하였음에도 구명조끼 등의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하지 않은 점에서 인정하였는데, 이는 위험발생을 야기한 선행행위에 따라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한 것입니다.
(2) 인천지방법원이 직접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증거관게 및 법리상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직접 살인죄를 인정하려면 윤씨가 이은해로부터 완전히 심리적 지배를 당하여 이은해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할 정도로 의사능력이 상실되어야 하는데,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는 윤씨에게 그와 같은 정도의 의사지배가 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직접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살해의 실행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은해가 윤씨에게 뛰어내리라고 한 것을 살해의 실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통상 살해의 실행행위란 칼로 찌른다든지, 흉기로 머리를 내리친다든지 하는 사망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3)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직접 살인죄를 주장하였던 검찰의 논리보다는 동일한 결론이기는 하지만 간접 살인죄를 인정한 인천지방법원의 법논리가 더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살인죄의 실무상 양형과 이 사건의 경우]
1. 살인죄의 실무상 양형
(1) 실무상 보통 살인죄의 양형은 징역 10년 전후입니다.
여기서 비난할 만한 동기로 살인한 경우라면 징역 15년 ~ 20년 사이입니다 .
비난할 만한 동기는 통상, (1) 보복목적으로 살인을 한 경우, (2) 금전 등 특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살인한 경우, (3) 불륜 유지 등 반사회적인 행위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한 경우, (4)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를 살인한 경우 등으로 크게 4가지로 보는 것이 법원 실무입니다.
(2) 그런데 직접 살인죄와 간접 살인죄는 양형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실무입니다. 당연히 직접 살인죄의 형량이 간접 살인죄보다 높습니다.
2. 이 사건의 경우
(1) 이 사건은 이은해가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경우이므로 비난할 만한 동기로 살인한 경우로서 전혀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일응 징역 15 ~ 20년 정도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 그러나 이은해는 직접 살인이 아나리 부작위에 의한 살인, 즉 간접 살인죄이므로 위 형량보다는 낮게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 실무임에도 살인죄로서는 사실상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하였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입니다)
(3)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높은 실형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마도 국민정서를 감안한 판결선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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